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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느끼는 것들?

Dikaios 2018. 9. 27. 22:08

요즘 느끼는 것들.. 

이제 어느새 2008년이 지나고 2018년이 와버렸다. 벌써 10년이 되어 버렸네.. 

그럼 10년 전 내가 썼던 글에서 난 지금 얼마나 변해 있을까 궁금했다. 

그래서 10년 전 내가 썼던 글을 다시 보았다. 


아마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이었나 보다 꽤 사회에 대해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도 일하고 있었던 걸까?

"Arbeit 이면서도 봉사라는 표현에 스스로 자조한다. 생계형 알바라는 것은 그냥 봉사하는 것이다"라고 적었다. 1)

그래도 전에 일했던 곳 보다는 편했나 보다 1월에 작성했으니 겨울이었을 텐데 그 전에는 연안부두에서 찬바람 맞으며 일을 했었거나 냉동창고에서 일했었나 보다 그래서 그것보다는 편한 일을 찾았다고 적어두었나 보다.



이때면 대학교 다닐 때 였을 거다. 3학년? 아니면 4학년이었을까. 

이미 신대원의 꿈을 접고 다시는 그 대학에 가고 싶지 않다고 느꼈을 시기 였을 거다. 

신에 대한 회의와 사회에 대한 적의가 나를 좀먹던 시기였을 거다. 

바닥에 바닥으로 떨어졌고 인간에 대한 불신이 좀먹던 시기였을 거다. 

남들이 나를 거지로 보던 시기였을 거다. 

그래 지금와서 생각하면 돈도 없고 대학다닌다고 하면서 방학 때마다 공장일로 몸도 망가졌으면 거지로 볼만도 하지. 

학생회비도 못내고 빚내서 학교 다니면 거지인거다. 

옷도 살돈이 없어 얻어입고 식사도 제대로 못해서 학교 식당 알바를 전전했으니 틀린 말도 아니지. 

왜 학교를 다니냐는 주변의 핀잔과 학교 직원에게 병신취급 받던 시기였으니 학교를 좋아했을리가.



지금은 별로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땐 구청에서 알바를 했었던 시기였었다. 

편한 보직에서 노는 것 같은 공무원들 그리고 사회의 고위계층의 일부만 보았지만 나의 눈에는 그렇게 좋게 보이지 않았나 보다. 

가난한 알바생에게 돈을 벌 기회를 주겠다는 것만 보이는 말그대로 기획행정의 끝판을 보고 있었으니 그럴 수 밖에.

7% 성장율? 높은 고용율?

한참 떠들어대던 이상은 사실 이런 알바로 통계를 속이는 기만이었음을 깨달았을 테니 당연할 수 밖에. 

차라리 플라스틱 사출을 하며 기계처럼 움직였던 때가 좋았다고 적었을 정도이니 그 혐오감은 꽤나 끔찍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88만원 세대. 2)

그 때를 지배했던 화두였다. 

나도 하청업체를 전전했고 하청을 통해 알바를 했고 그걸로 하루살이를 했으니 딱 그 때였을 거다. 

정규직이란 건 없고, 소모품처럼 쓰다 버려지는 것만 느꼈으니 사회도 좋아하지 않았을 시기였을 거다. 

중국이 한참 개방을 하던 시기였고 공장들이 사라져가고 남동공단의 밤에 그 환하던 불이 서서히 꺼져가던 시기.

대기업의 하청구조로 기존의 중소기업도 쓰러져 가던 시기. 

수 많은 생계형 알바의 탄생을 예고했던 시기.

난 그렇게 될 것이라 생각했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그리고 그 때의 나는 그 88만원도 못받고 80만원 언저리를 받던 쓰레기 중에 쓰레기였다. 


그리고 적었던 것은 '영어'에 대한 이상한 해석.

그 때의 나에겐 '영어'는 어떻게 보면 상징이었다. 

엘리트의 상징.

그 옛날 한자를 모르면 무시당했던 것 처럼 '영어' 또한 그것이었다. 

이것은 위로 올라가는 '사다리'이기에 그것을 오르지 못하면 위로 올라갈 수 없다. 

사회에 대한 적의가 가득했던 시기.

난 그래서 영어를 공부하지 않았었을까. 

하지만 이미 그 10년전 글에서 난 나대로 답을 내놓았었다. 

'공부를 해도 의미가 없다. 단지 의미를 가지고 있는 소위 잘나가는 사람들 이외엔 없다.'

그리고 난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영어'는 계속 그 위치로 남을 거다. 

아니 더 강화되어 갈거다. 

이것은 눈에 보이는 가장 확실한 '사다리'다. 

이 '사다리'를 오르지 못하면 분명 그 자리에서 계속 뱅뱅 돌기만 하겠지. 

그리고 그 '사다리'는 지금처럼 점점 치워질 거다.  

거지들은 올라서는 안되는 '사다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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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아직은 없다. 
물론 준비하는 자에게는 언제나 문은 있다. 
그것을 위한 자유겠지?
대학에게 자유를 주는 것도 그런 의미겠지?
사립고등학교를 늘리는 것도 그런 의미겠지?
고등학교 서열을 주고, 이젠 사회 구조를 확실하게 굳히겠다는 설마 '보수적'인 사고방식은 아니겠지?
7% 성장에 몇백만 일자리가 사실은 생계형 알바를 늘리는 것은 아니겠지?

설마...

대운하 파다 보면 노동 인구는 급증하겠지.
지금도 청년의 절반이 생계형 알바니까. 그 인구를 대충 70% 까지 올릴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기존의 알바생 더하기 노가다 인력꾼으로 20% 어때.
이 정도로 대충 타협해야지

실제로 5%만 잘나가는 사회에서 이제 빵을 나눌 생각도 없잖아. 

기존의 일자리 창출의 꿈은 이제 없어.
꿈을 꾸겠다고?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자신의 주위가 일명 잘나가야 하지 않으면 안되.
아 법은 그래도 만인에게 평등하다고?
이미 유전무죄라는 말은 사회의 약속이야. 
보험회사가 이제 줄을 이어 들어온다지?
그럼 아마 실감할껄?
30%도 안되는 보험비 지급. 그 70% 안에 자기가 안들어간다고 생각해?
그럼 그 70% 사람들은 바보일까? 중산층들이 참 많은데도?
이길 수 없는거야. 
왜냐면 법은 있는자들의 편이거든. 특히 우리나라처럼 엘리트 법치인들에게는.

그럼 자유는?
자유..... 좋지.
나도 좋아.
자유로운 게 좋아서 나도 공산당은 싫다고 교육 받았고
사실 그렇게 느껴.
나도 자유는 좋아.
하지만 이걸 알아야 할꺼야.



자유라는 것은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자들에게만 한해 자유일 뿐이야.


그 이외에는 그 자유가 도리어 구속일 뿐이지.

빵이 있어도 그것을 먹을 수 있는 돈이 있어야 그것을 먹을 지 말지 고민하게 되지.
정작 그 빵을 사먹을 수 있는 돈이 없으면?
굶어야지 뭐. 그게 자유야?
웃기는 개소리.

아 사회가 좋아지고 있어.
난 분명히 그렇게 느끼고 있어.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더욱 좋아질 꺼라고 생각해.


그치만

나에게는 해당 안되는 것 같아.

어쩔 수 없지 뭐.


그렇게 생겨먹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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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자조 섞어 적은 글귀..

그런데 그 글귀가 지금의 나에게도 크게 달라져 보이지 않는다. 

지금도 자유는 나에게 그저 구속일 뿐이고, 누군가가 외치는 허망한 노래소리 처럼 들려올 뿐이다. 



지금도 사회는 좋아지고 있다. 

최고의 권력자를 국민이 탄핵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는 나라가 몇이나 될까?

또 무시무시한 엘리트 법권력에 대항할 수 있는 자유를 누리는 나라가 몇이나 될까?

해외에서 한국어 노래가 열심히 팔리고, 

최저임금도 오르고, 

매년 아이폰도 새로운 모델을 내놓고 있다.


확실히 10년 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세상이 좋아졌다. 

그리고 앞으로도 좋아지겠지. 

난 분명히 그렇게 느끼고 있다. 


그치만

여전히 그것들은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 


어쩔 수 없지 뭐.





"그렇게 생겨먹은 걸."



2008.1.29. 화요일 새벽 글을 읽고

2018.9.27. 목요일 초안을 적다. 

2018.11.11. 몇가지 각주를 추가하고 내용을 수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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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2861

일이라고 하면서 봉사라며 자조 했던 것은 이 기사를 보고 난 직후의 감상이었다. 

그 당시 정부가 바라본 노동의 모습이었고, 생산성이라는 이면 속에 노동자를 기계나 노예로 보던 자본가의 시선을 그대로 느꼈기 때문이었다. 


2) 88만원 세대는 그당시엔 꽤 유명했었던 책이다. 

물론 지금은 그런거 없지만, 그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은 앞으로 88만원으로 강제될 수 많은 노동의 가치였다.